고독한 미식가 : 타니쿠치 지로의 대표작 감상

谷口ジロー孤独のグルメ

‘고독한 미식가’ 타니쿠치 지로(만화가·1947~2017)

久住昌之(クスミマサユキ)孤独のグルメ
‘고독한 미식가’ 쿠스미 마사유키 스토리 작가/음악 감독

프랑스가 사랑한 만화가 : 타니쿠치 지로
서구 세계가 더 사랑하는 만화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 타니쿠치를 향한 프랑스의 애정은 남달라 보인다.
그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2003년 ‘열네 살’로 최우수 시나리오상, 2005년 ‘신들의 봉우리’로 최우수 작화상을 받았다.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세계 최대 규모 만화축제다. 2011년 다니쿠치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고독한 미식가 원작 만화가 타니쿠치 지로

‘산책’의 한 장면.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 말은 타니쿠치의 만화를 관통한다. 그의 작품 ‘산책’엔 목적 없이 홀로 걷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새를 관찰하고, 낯선 골목 안에서 기꺼이 길을 잃는다.

이 만화엔 글이 거의 없다. 만화는 산책자가 바라본 대상과 그를 둘러싼 풍경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타니쿠치의 세밀한 화풍은 일상 속 마법 같은 순간을 잡아낸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 비행기가 나뭇가지에 걸린 곤경에 빠진 아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주인공은 나무에 올라가 장난감 비행기를 아이들이 있는 지상으로 날려준다.
나무에 오른 김에 거기에 편안히 자리 잡고 고개를 든다. 눈앞에는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 한 컷은 여름의 끝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처럼 낙관적인 기운으로 가득하다.

‘아버지’라는 또 다른 작품에서는 오래된 가족사진에서의 부모님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볼 때처럼 가슴 뭉클해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15년전에 떠난 고향에 부친상을 치르기위해, 그마저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가는 것이다…
타니쿠치 지로 작품 '아버지'
‘아버지’의 마지막 컷.
“나는 생각한다.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고향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동경, 오사카 등 이 만화의 주인공처럼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대도시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일본이라는 나라이다.
도시가 고향이 아닌 도시인들은 자신이 떠나온 곳을 어느 정도 무시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계기이던,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의 짜릿함, 손에 흙 묻히며 놀았던 놀이터, 봄,가을 운동회의 함성, 생기 넘쳤던 부모님의 모습으로 고향은 마음속에 돌아온다. 적어도 타니쿠치의 ‘아버지’를 읽는 동안엔 각자의 고향과 부모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고독한 미식가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오프닝 멘트다. 고로는 식당을 고를 때 천박하게 스마트폰으로 리뷰를 찾거나 하지 않는다.
길을 헤메이거나, 시장 안을 돌아보거나, 출장 중 낯선 동네에서 방황하다가 우연히 “식당”을 발견한다.
음식도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만큼 시킨다. 식당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 음식이 나오기 전 기대감은 더 커진다.
혼자라서 누릴 수 있는 자유다. 타니쿠치의 다른 작품들처럼 ‘고독한 미식가’의 방점은 ‘미식’과 함께 역시’고독’에 둬야 할것같다.
느긋하게 걷고, 상념에 빠지고, 자유롭게 밥을 먹는 것. 가끔은 이 간결한 행위가 영혼을 치유한다.
시즌 7에서 한국 편 촬영 때 이 드라마는 전주의 6,000짜리 청국장 백반, 아침부터 장사하는 포장마차 떡볶이와 오뎅, 보광동 허름한 고기집등 대단한 메뉴가 아닌 정겨운 음식들을 주제로 했다. 일본국 내의 내용도 대부분 그러했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거의 모든 편에서 ”下町(しもまち)”, ”渋い(しぶい)”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한국의 먹거리 방송은 지나치게 고급지향인것과 크게 비교가 되는, 서민적이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일본의 맛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작품이라 아니할수 없다.